
엄마, 내 남자친구야.
서로의 가족을 처음 만나던 날은 국제커플로서 저희에게 아주 큰 의미가 있는 순간이었는데요. 처음에는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자란 가족들을 소개하는 게 쉽지 않을까 긴장도 됐지만, 기대와 설렘 속에서 지금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어요.
처음에 유유가 한국에 와서 준비했던 건 저희 부모님께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는 일이었습니다. 혼인신고보다 그가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바로 부모님께 자신을 소개하는 거였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딸이 외국인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도 불안했지만, 갑자기 한살림을 살겠다는 데 걱정되지 않는 부모님이 어디있겠어요. 그래서 그런 부모님의 염려를 유유도 덜어드리고 확신을 드리기 위해 가족에게 정식으로 유유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한국 가족에게 일본인 남편을 소개한 날
제가 남편을 처음 부모님께 데려갔을 때, 부모님은 남편이 한국어를 잘 못할까 봐 걱정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남편도 한국어로 대화할 소잿거리를 준비해 갔어요.
고깃집에서 같이 식사를 하기로 한 저희는 먼저 가게 아래에 도착해서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제가 화장실이 가고 싶더라고요. 미안하지만 먼저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 하고 자리를 비웠는데, 그 사이에 가족들이 도착한 거예요. 허둥지둥 화장실에서 나와서 유유랑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다시 가보니, 어디론가 사라졌더라고요. 그래서 동생한테 바로 연락을 했더니, "같이 있어."라며 한번도 만난 적도 본 적도 없는 유유랑 다같이 있다길래 무슨 일인가 하고 헐레벌떡 뛰어갔어요.
"어, 왔어?"
손을 흔들며 저를 맞아주시는 아빠의 모습에 이상함을 감지한 제가 동생한테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유유가 먼저 와서 "안녕하세요~ 쥬쥬 부모님이시죠?"하며 맞아주었다는 겁니다.
사실 아빠는 저희랑 만나기 전까지 남편이 일본인이라는 사실도 외국인이라는 사실도 엄청 못 마땅해하고 계셨다고 해요. 그런데 유유가 예의바르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마음이 사라지셨다는 거예요.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면서 유유가 자기 소개를 한다고 했어요.
"아버님, 어머님 저는 유유이고요. 일본인이 아니라 백제인입니다."
자기는 일본인이 아니라 백제인입니다라며 자기소개를 해서 놀랐는 데요.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하니깐, 대전이 옛날에 백제였으니 자기도 저랑 함께해서 백제인이 되었다는 뜻이래요. 그 이야기를 듣고 부모님 얼굴에 미소가 번지시는 거 있죠?
한국어로 “맛있어요” 와 같은 말을 할 때마다 남편이 조금 서툴게 한국어를 쓰니 부모님은 그 모습이 귀엽다고 하시면서 긴장도 풀어주시더라고요. 한국 문화에서는 첫 만남에 상대방이 준비해온 작은 노력만으로도 마음을 열어주곤 하니까, 이 경험이 서로를 더 가깝게 만들어 주었다고 느꼈어요.
이후에도 같이 식사와 만남을 거듭하면서, 음식과 소소한 대화가 서로를 이해하고 친해지게 하는 데 정말 큰 힘이 되었는데요. 유유의 진실하고 성실한 모습에 저보다 더 아들같이 챙겨주시는 부모님을 보니, 저도 모르게 살짝 질투도 나고 웃음도 나더라고요. "좋은 사람이 가족으로 들어와줘서 행복하다."는 부모님의 말씀에 저도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어요.
아직까지도 한일 부부로서 문화적 차이를 느끼지만, 가족들도 유유를 통해 단지 외국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한 사람의 가족 구성원으로써 받아들여질 수 있는 그런 다양함을 배우게 되었다고 해요.
당시의 한국 가족들의 반응이나, 만나기 전에 '일본인'이라는 편견때문에 유유를 안 좋게 생각했던 것도 역사적인 측면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미 아픈 역사를 겪어서 물과 기름과 같은 사이가 된 게 일본과 한국이니깐요. 솔직히 지금도 남편이 일본인이라고는 굳이 말하지 않는 것도 역사적 사실과 편견때문이기도 한데요.
역사적인 부분은 서로가 알아가야 하는 점이자 공부하고 인지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사람은 '나라가 아니라, 사람에 따라 다른 거다'라는 점을 유유가 알려준 것 같아요. 저희 가족도 남편을 만나면서 그렇게 생각하시더라고요. 물론, 저 또한 시댁이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만요!
오늘은 한국에서 저희 가족을 소개했던 에피소드를 나누어봤는 데요. 다음엔 제가 일본에서 유유 가족을 소개받았던 에피소드도 다뤄볼까 해요.
서로 다른 나라에서 자란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은 예상치 못한 감동과 재미가 있는 과정이었고, 두 문화가 처음 맞닿은 순간에 느꼈던 작은 어색함과 설렘은 저희 가족들만의 특별한 추억으로 남아 있기에 다음 에피소드로 인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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